이만하면 안 됐나?
by Diana L.
공급업체를 바꾸기로 한 회의에서 후보 세 곳을 놓고 검토한다. 한 임원이 말한다. "이 조건이면 더 좋은 곳도 있을 텐데요." 다음 회의에는 후보가 다섯 곳으로 늘고, 그다음에는 여덟 곳이 된다. 문제는 새로 들어온 후보가 실제로 조금씩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 찾아보자는 제안을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나가고, 계약은 여전히 미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무도 잘못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 회의의 판단은 그 순간만 놓고 보면 합리적이었다. 더 좋은 선택지가 나타났으니 비교해보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각각의 합리적인 판단이 쌓인 끝에, 조직 전체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허버트 사이먼이 1950년대에 제시한 '만족화(satisficing)'가 이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이먼은 인간이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탐색하고 비교해 최적의 답을 찾을 수는 없다고 봤다. 정보도, 시간도, 인지 능력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미리 정해둔 기준을 충족하는 선택지가 나타나면 탐색을 멈추고 결정한다. 그에게 이것은 합리성의 결함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 안에서 작동하기 위한 현실적인 합리성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미리'다. 기준은 탐색을 시작하기 전에 서 있어야 한다. 탐색 도중에 정하면, 새로 나타난 후보가 기준 자체를 갱신해버리기 때문이다. 앞의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그렇다면 더 오래 찾는 쪽은 손해를 보는 것일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06년 셰이나 아이엔가 연구팀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구직 기간 내내 추적했다. 최대화 성향(maximizing)이 높은 학생들, 즉 가능한 한 더 나은 선택지를 찾으려 한 쪽은 만족화 성향의 학생들보다 20% 높은 초봉을 받았다. 더 많이 찾아본 쪽이 실제로 더 나은 조건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은 학생들이 정작 자신의 선택에는 덜 만족했고, 구직 과정에서 더 많은 부정적 감정을 겪었다. 논문 제목이 그대로 결론이다. '더 잘했지만, 더 나쁘게 느낀다.'
즉 더 찾는 일에는 값이 붙어 있다. 조건은 좋아지고, 확신은 나빠진다.
개인이라면 이 거래를 감수할 수 있다. 만족은 개인의 몫이고, 이미 서명한 뒤라면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직은 다르다. 조직에서 낮아진 확신은 개인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음 회의의 안건이 되어 결정을 다시 연다. 결정의 질은 올라가는데, 결정의 종결성은 내려간다.
2023년 오라클이 17개국 직장인과 경영진 14,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데이터가 너무 많아 결정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72%는 정보의 양과 그 정보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온라인 패널을 통한 자기보고 조사이고, 사후 가중치 보정을 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의사결정 분석 소프트웨어를 파는 기업이 발주한 조사다. 방향을 참고할 수는 있어도, 크기를 믿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조사가 가리키는 변화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사이먼이 말한 인간의 한계가 놓이는 지점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택지를 충분히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탐색 비용이 의사결정을 제한했다. 지금은 검색 엔진과 데이터베이스, 추천 시스템, 그리고 AI를 이용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급업체를 세 곳 찾는 것과 열 곳 찾는 것의 비용 차이는 과거보다 훨씬 작다.
하지만 결정 비용은 같은 속도로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찾지 못한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지만, 찾아낸 선택지는 이름과 견적과 비교표를 갖고 회의실에 남는다. 선택되지 않은 후보가 문서로 남는 순간, 결정은 '한 곳을 고르는 일'에서 '탈락시킨 일곱 곳을 설명하는 일'로 바뀐다.
열 개의 후보를 찾을 수 있고, 비교표와 장단점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고, AI에게 후보를 더 찾아달라고 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탐색을 멈출 것인지,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인지, 무엇을 '충분히 좋은 선택'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도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으로 남는다.
선택지를 만드는 비용은 낮아졌지만, 선택지를 끝내는 비용은 높아졌다.
지금 미뤄둔 결정이 하나쯤 떠오를 것이다. 그것을 미룬 이유가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더 나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후자라면 필요한 것은 자료가 아니라 기준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다음 후보를 찾기 전에 정해져야 한다.
SOURCES
Simon, H.A. (1956). Rational Choice and the Structure of the Environment. Psychological Review, 63(2), 129-138.
Iyengar, S.S., Wells, R.E. & Schwartz, B. (2006). Doing Better but Feeling Worse: Looking for the "Best" Job Undermines Satisfaction. Psychological Science, 17(2), 143-150.
Oracle & Seth Stephens-Davidowitz (2023). The Decision Dile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