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달라?

by Diana L.

11월이 되면 어느 회사든 다음해 계획을 세운다. 팀장이 분기별 일정표를 띄운다. 신제품 출시 2분기, 신규 채널 입점 3분기, 연말까지 매출 목표 달성. 대표: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됐죠?" 팀장: "올해는 인력 충원이 늦어졌고, 외주사가 중간에 바뀌었습니다. 내년 계획엔 그 변수를 다 반영했습니다." 올해 계획이 어긋났다는 건 그 방의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다음해 일정표는 올해보다 더 빡빡하다.

변수는 늘 생기고 예측하기 어렵다. 돌발 상황일 수도 있고, 외부의 변화일 수도 있고, 불가항력일 수도 있다. 올해 이미 겪은 변수 때문에 계획이 어긋났는데, 왜 내년 계획을 더 빡빡하게 짰을까?

1994년 심리학자 로저 뷸러 연구팀은 졸업논문을 쓰는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논문을 언제 끝낼 것 같은가. 모든 일이 최악으로 풀리면 언제 끝나겠는가. 학생들은 평균 한 달 남짓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두 달 가까이 걸렸고, 자기 예상 안에 끝낸 학생은 열에 셋이 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로 잡은 날짜 안에 끝낸 학생도 절반이 안 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예측이 체계적으로 낙관으로 기우는 현상을 계획 오류라고 불렀다.

학생들이 자기 과거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난 과제들이 늦어졌다는 사실은 다들 인정했다. 다만 예측하는 순간에는 그 기억을 쓰지 않았다. 연구팀이 예측 중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게 하자, 학생들은 앞으로 할 일의 순서를 그렸고 과거 경험은 거의 꺼내지 않았다. 반면 남의 과제 기간을 예측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전에 얼마나 걸렸는지부터 살폈고, 더 보수적인 날짜를 내놓았다. 당사자는 앞으로 할 일을 보고,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지금까지 해 온 걸 본다.

사업은 어떠한가? 조직에서 계획을 세울 때는 좀 더 객관성을 유지할까?

회사의 큰 사업도 마찬가지다. 벤트 플루비야는 70년에 걸친 대형 인프라 사업 자료를 모아 처음 예측한 건설비와 실제로 든 돈을 비교했다. 철도 사업은 예측보다 평균 44.7% 더 들었다. 그의 처방은 사업 계획을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사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걸리고 얼마나 들었는지부터 보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04년 이 방법을 대형 교통 사업 심사에 도입했다.

전문가는 다를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속한 교과과정 개발팀은 완성까지 1년 반에서 2년 반을 예상했다. 팀원 중 비슷한 사업을 여럿 지켜본 사람에게 다른 팀들은 얼마나 걸렸느냐고 묻자, 7년 안에 끝낸 팀은 없었고 열에 넷은 중간에 포기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팀의 교과과정은 8년 뒤에 완성됐다.

그렇다. 인간은 계획 오류를 습관처럼 범한다. "다음엔 다를 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조금 과장하면, 역사가 반복되는 건 그냥 자연현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25년 AI 평가 기관 METR은 숙련된 개발자들에게 실제 업무 과제를 맡기고, 과제마다 무작위로 AI를 쓸지 말지 정해 걸린 시간을 쟀다. 개발자들은 AI를 쓰면 24% 빨라질 거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는 19% 느려졌다.

코드를 직접 짜는 시간은 줄었지만, AI에게 지시를 쓰고 답을 기다리고 내놓은 결과를 검토하는 시간이 그보다 더 늘었다. AI가 만든 코드는 절반 넘게 버려졌고, 쓴 것도 손봐야 했다. AI는 그 프로젝트에서 오래 일한 사람만 아는 사정을 몰랐다.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가 들어오는지, 왜 이 한 줄은 지우면 안 되는지. 한 개발자는 그런 걸 AI에게 설명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실험이 끝난 뒤에도 개발자들은 AI 덕에 빨라졌다고 믿었다.

낙관적으로 평가해서가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사람에게는 그 계획만 보여서다. "내년은 다르다"는 말을 작년에도 했고, 이번에도 어긋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럼 객관성을 어디서, 어떻게 찾고 지킬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 계획과 실제 결과를 나란히 놓고 대조해 보면 된다. 인간의 간과를 너무 무시하지 마라. 끄떡도 안 한다.

리더는, 찬찬히 뜯어볼 준비가 되었는가?


SOURCES

Buehler, R., Griffin, D. & Ross, M. (1994). Exploring the "planning fallacy": Why people underestimate their task completion tim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3), 366-381.

Flyvbjerg, B. (2006). From Nobel Prize to Project Management: Getting Risks Right. Project Management Journal, 37(3), 5-15.

Becker, J., Rush, N., Barnes, B. & Rein, D. (2025). Measuring the Impact of Early-2025 AI on Experienced Open-Source Developer Productivity. METR, arXiv:2507.09089v2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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