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의 힘

by Diana L.

분기 투자 회의에서 두 안건이 올라왔다. 하나는 기존 제품 라인 증설인데, 5년 치 데이터가 있어 실패 확률이 30% 안팎이라는 추정치도 예측되었다. 다른 하나는 신규 시장 진입이다. 시장 규모 추정치는 담당자마다 세 배씩 차이가 나고, 실패 확률을 묻자 누구도 숫자를 말하지 못한다. 대표는 증설을 승인했고, 신규 시장은 "자료를 좀 더 모아서 다음 분기에 다시 보자"로 정리됐다. 회의는 무리 없이 끝났고, 확률이 명확한 안이기에 다들 동의했다.

확률이 정답처럼 느껴지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숫자가 없는 안이 30%보다 더 위험하다고 어떻게 단정하는가?

1961년 경제학 학술지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실린 논문에서 경제학자 대니얼 엘즈버그는 두 항아리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가상의 실험을 했다. 첫 번째 항아리에는 빨간 공과 검은 공이 합쳐서 100개 들어 있지만 비율은 알 수 없다. 빨간 공이 0개일 수도, 100개일 수도 있다. 두 번째 항아리에는 빨간 공과 검은 공이 정확히 50개씩 들어 있다. 빨간 공을 뽑으면 100달러를 받는다. 어느 항아리에서 뽑겠는가.

질문을 받은 대부분은 두 번째 항아리를 골랐다. 검은 공에 걸 때도 두 번째 항아리를 골랐다. 첫 번째 항아리에서 빨간 공이 나올 가능성도, 검은 공이 나올 가능성도 절반보다 낮게 본 셈이다. 빨강에 50:50을 골랐다면 모르는 항아리엔 검은 공이 더 많아야 하는데, 여전히 50:50을 골랐다. 확률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선택이다. 엘즈버그는 확률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을 피하려는 성향을 "모호성 회피"라고 불렀다. 엘즈버그는 이 질문을 의사결정 이론을 잘 아는 경제학자들에게도 던졌다. 그 선택이 이론의 규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놓고 다시 따져 보게 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당시 경제학에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모든 불확실성을 위험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선택 규칙, 새비지 공리가 있었다. 선택을 바꾸지 않은 이들 가운데에는 이 규칙을 세운 통계학자 레너드 새비지도 있었다. 이후, 2016년 발표된 연구에서 네덜란드 대표 표본 666명에게 실제 상금을 걸고 같은 선택을 하게 하자, 68.3%가 이길 확률 50%가 공개된 항아리를 골랐다.

사람들이 피한 것은 질 가능성보다 확률이 얼마인지조차 모르는 상태, 불확실성이었다. 같은 상금이 걸려 있어도 사람들은 위험은 받아들였고 불확실성은 피했다. 판돈이 훨씬 큰 기업의 투자에서는 어떨까?

회계학자 모니카 니엄티우 연구팀은 198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상장기업의 분기 자료를 분석했다. 경기 전망에 대한 전문가 예측이 크게 엇갈릴수록, 즉 앞으로의 확률을 가늠하기 어려울수록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쌓았다. 위험이 커질 때도 투자는 줄었다. 하지만 위험이 커지면 투자 기회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크게 잃을 가능성만큼 크게 얻을 가능성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회의 가치는 내려갔다. 확률을 모르면 경영진은 최악의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확률을 모를 때 사람들은 그 숫자를 AI에게 먼저 묻는다. 시장이 얼마나 클지, 이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인지.

신규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물어도 AI는 막힘없이 답한다. 유창한 답은 모호한 문제를 확률이 있는 문제처럼 보이게 만든다. 2024년 프린스턴대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검색만으로는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의학 질문을 주고, AI 검색엔진의 답을 참고해 풀게 했다. 연구진은 AI의 답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도록 실험을 설계했다. 한 그룹에게는 AI가 늘 단정적으로 답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AI가 때때로 "잘 모르겠지만"으로 답을 시작했다. AI가 스스로 확신이 없다고 밝히자 사람들은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더 찾아봤다. 정답률은 63.9%에서 72.8%로 올랐다. AI가 단정하면 사람들은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불확실성을 드러내면 다시 따져 보기 시작했다.

불확실성 앞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개 두 가지다. 확률을 아는 쪽을 고르거나, 누군가 확률을 대신 말해 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AI 실험에서처럼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직접 따져 보기 시작했다. 모호함을 피하려는 성향이 이번에는 사람들을 답을 찾아 나서게 한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인간은 대체로 맞장뜬다.

리더는, 위험과 불확실성 앞에서 어느 쪽에 더 자주 무게를 싣는가?


SOURCES

Ellsberg, D. (1961). Risk, Ambiguity, and the Savage Axioms.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75(4), 643-669.

Dimmock, S.G., Kouwenberg, R. & Wakker, P.P. (2016). Ambiguity Attitudes in a Large Representative Sample. Management Science, 62(5), 1363-1380.

Neamtiu, M., Shroff, N., White, H.D. & Williams, C.D. (2014). The Impact of Ambiguity on Managerial Investment and Cash Holdings. Journal of Business Finance & Accounting, 41(7-8), 1071-1099.

Kim, S.S.Y., Liao, Q.V., Vorvoreanu, M., Ballard, S. & Vaughan, J.W. (2024). "I'm Not Sure, But...": Examining the Impact of Large Language Models' Uncertainty Expression on User Reliance and Trust. FAccT '24 (A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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