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
by Diana L.
“숫자는 다 좋은데, 뭔가 걸려요.”
인수 검토 막바지에 대표가 말했다. 실사도 시장 분석도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임원 세 명에게 따로 의견을 물었다. 그 중 두 분은 “괜찮아 보인다”고 했고, 한 분은 “조직 문화가 안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대표는 그 한 분의 의견을 오래 기억했다. 이후 두 달 동안 그가 모은 자료는 대부분 그 불편함을 뒷받침하는 것들이었다. 인수는 결국 무산됐고, 그의 직감이 맞았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직감에는 실체가 있다. 1997년 베카라와 다마지오 연구팀이 Science에 발표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손해가 큰 카드 더미를 피하기 시작했다. 왜 피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전이었고, 손끝의 미세한 땀 반응이 먼저 나타났다. 다마지오는 이것을 신체 표지자(Somatic Marker)라고 불렀다. 직감은 신비가 아니라, 축적된 경험이 몸에 남긴 신호라는 뜻이다.
다만 이 실험은 반박도 있었다.
2004년 마이아와 매클렐런드는 같은 과제를 더 정교한 질문지로 다시 돌렸고, 참가자들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일찍 ‘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직감처럼 보였던 것의 상당 부분은, 말로 표현되지 않았을 뿐, 경험이었다.
그래서 질문은 “직감을 믿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직감이 경험에서 온 것인가”이다.
카너먼과 클라인은 2009년 논문에서 조건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 분야에 반복되는 규칙성이 있을 것, 그리고 그 규칙을 오랫동안 피드백을 받으며 익혔을 것. 둘 다 충족될 때만 직감은 데이터다. 20년 거래한 거래처 사장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감각은 신뢰할 만하다. 처음 검토하는 AI 도입의 성패에 대한 감각은 그렇지 않다. 쌓인 것이 없으면 몸이 꺼내올 것도 없다.
딜로이트가 2026년 89개국 9,000여 명의 리더를 조사한 결과, 경영진의 60%가 이미 AI를 의사결정에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AI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갖췄다고 답한 조직은 5%에 그쳤다. 도구는 들어왔는데 기준은 없다는 뜻이다. AI의 답이 내 감과 어긋날 때 무엇을 따를지 정해두지 않으면, 대개는 감을 따르고 AI에게 다시 묻는다.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직감을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직감에 출처를 물어야 한다. 강렬하다는 점에서 직감과 불안은 한 끗 차이이기 때문이다. 이건 20년치 경험인가, 아니면 오늘 아침의 불안인가.
나는 마지막으로 감을 따랐을 때, 그 감이 맞았는지 나중에 확인해본 적이 있는가?
SOURCES
Bechara, A., Damasio, H., Tranel, D. & Damasio, A.R. (1997). Deciding Advantageously Before Knowing the Advantageous Strategy. Science, 275(5304), 1293-1295.
Kahneman, D. & Klein, G. (2009). Conditions for Intuitive Expertise: A Failure to Disagree. American Psychologist, 64(6), 515-526.
Maia, T.V. & McClelland, J.L. (2004). A Reexamination of the Evidence for the Somatic Marker Hypothesis. PNAS, 101(45), 16075-16080.
Deloitte (2026). 2026 Global Human Capital Tr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