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들러리
by Diana L.
한 팀을 둘로 나누는 조직 개편안이 올라왔다. 왜 나눠야 하는지, 누가 어디로 가는지, 보고 라인은 어떻게 되는지, 언제부터 시행하는지가 한 장에 정리돼 있었다. 맨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대안: 현 체제 유지 — 검토 결과 제외." 보고 전날 "비교안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와서 덧붙인 줄이었다. 회의에서는 질문이 몇 개 나왔다. 새 팀장은 누가 맡는지, 인원은 몇 명씩 나뉘는지, 시행을 한 달 늦출 수는 없는지였다. 담당자가 하나씩 답했고, 개편안은 그 자리에서 승인됐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1967년 피어 솔버그는 사람이 스스로 정했다고 느끼기 전에 이미 하나를 마음에 정해 둔다는 것을 관찰했고, 그 안에 암묵적 선호안(implicit favorit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솔버그는 MIT 경영대학원 졸업반 32명에게 격주로 설문을 보내, 어디에 지원했고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 각각을 어떻게 보는지, 지금 얼마나 정해졌는지를 여덟 번에 걸쳐 물었다. 그 과정에서 응답자마다 더 이상 새 회사를 알아보지 않는 시점이 나타났다. 솔버그는 그 시점의 응답만 보고 "이 사람은 여기로 갈 것"이라고 적어 두었다. 당시 응답자들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그 뒤로 몇 주 동안 받아 둔 제안들을 놓고 비교했다. 비교 끝에 29명 중 25명이 고른 곳은 솔버그가 미리 적어 둔 회사였다.
솔버그가 본 결정의 순서는 이랬다. 사람은 비교하기 전에 먼저 하나를 마음에 정한다. 비교는 그다음에 시작되는데, 이때의 비교는 고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먼저 정한 안이 낫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확인하려면 견줄 상대가 필요하다. 쓸 만한 안이 하나뿐이면 사람은 "비교할 것이 있어야 해서"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한 안을 하나 더 마련한다. 솔버그는 이를 확인 후보(confirmation candidate)라고 불렀다. 비교가 시작되면 같은 자료도 선호안에 유리하게 읽히고, 평가 기준도 그 안이 낫다는 결론에 맞춰 정해진다. 솔버그는 이 단계를 선입견을 밀어붙이는 일(an exercise in prejudice)이라고 불렀다.
개편안 아래에 붙은 ‘현 체제 유지’도 이런 확인 후보로 볼 수 있다. 비교의 형식은 갖춰졌고, 질문은 이미 구체화된 개편안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조직에서는 다른 안을 구체화하는 일 자체가 비용이다. 1976년 헨리 민츠버그 연구팀은 기업과 병원, 대학에서 내려진 전략 결정 25건을 역추적해 각 결정이 거친 단계를 복원했다. 기존 제품을 사 오는 대신 해법을 새로 설계한 결정은 그중 14건이었다. 14건 모두 끝까지 완성한 안은 하나뿐이었다. 연구팀의 설명은 간단했다. 안 하나를 제대로 설계하는 데 드는 돈과 시간이 비싸서, 조직은 둘을 설계하지 않는다.
대안을 마련한 결정과 하나의 안으로 진행한 결정의 결과는 1999년 폴 너트가 추적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 조직에서 실제로 내려진 결정 356건을 모아, 시행 후 2년 동안 관찰했다. 대안을 둘 이상 만든 결정은 전체의 20% 미만이었다. 성공률은 안이 하나인 결정에서 56%, 둘 이상인 결정에서 70%였다. 너트는 관리자들이 안을 더 찾지 않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모르거나, 시간에 쫓긴다는 것이다.
조직이 하나의 안에 집중하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동시에 너트의 연구에서는 여러 대안을 마련한 결정의 성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AI가 다른 안의 초안을 만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춘 지금, 조직의 결정 방식은 달라졌을까?
2025년 독일 잉골슈타트 공대 연구팀은 경력 많은 병리 전문가들에게 조직 이미지 속 종양세포 비율을 먼저 혼자 추정하게 하고, 2주 뒤 같은 이미지를 AI 예측과 함께 다시 보게 했다. 최종 판단이 틀린 경우를 모아 보니, AI가 자기 첫 추정과 같은 쪽으로 틀린 답을 내놓았을 때 전문가들은 그 답을 자기가 맞았다는 근거로 받아들였다. 최종 판단에서 AI 예측에 자기 첫 추정보다 두 배 넘는 무게를 실었고, 확신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AI가 만든 "잘못된 확인(false confirmation)"이라고 불렀다.
개편안을 이미 정해 둔 뒤에 AI에게 다른 안을 물으면, 돌아온 답들은 견줄 상대가 아니라 정해 둔 안이 맞다는 근거로 읽힌다. AI 덕분에 안은 쉽게 늘어났지만, 그 안들이 비교 대상이 될지 확인 후보가 될지는, 여전히 마음을 정하기 전에 받았는지, 정한 뒤에 받았는지에 달려 있다.
마음이 먼저 정해지기 전에, 리더는 무엇으로 객관성을 지키고 있는가.
SOURCES
Soelberg, P.O. (1967). Unprogrammed Decision Making.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Working Paper 239-67.
Mintzberg, H., Raisinghani, D. & Théorêt, A. (1976). The Structure of 'Unstructured' Decision Processe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1(2), 246-275.
Nutt, P.C. (1999). Surprising but true: Half the decisions in organizations fail.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13(4), 75-89.
Rosbach, E., Ammeling, J., Krügel, S. 외 (2025). "When Two Wrongs Don't Make a Right" - Examining Confirmation Bias and the Role of Time Pressure During Human-AI Collaboration in Computational Pathology.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25), Yokohama, Japan. ACM, 18 pages.